카카오(3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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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하맨션의 내 소꿉친구(1) DAY 6
제가 은하 맨션으로 이사를 들어가기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습니다. 제 바로 옆집엔 우리 오빠와 동갑인 언니 한 명, 저와 동갑인 남자애 한 명이 살았습니다. 그 두 남매는 정말 장난끼 가득한, 재미있는 남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. 그 남매와의 첫 대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. 어느 날 뜬금없이 그 옆집 남자 애가 저희 집 초인종을 누르더니 뭔가 한가득 적힌 A4용지를 전해주고는 자기 집으로 후다닥 들어갔습니다. 제가 쓰던 작은 방과 맞닿아 있는 방이 그 친구의 방이었는지, 종이엔 대략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. 벽을 쿵! 한번 두드리면 -> 안녕 쿵쿵! -> 놀이터 갈래? 쿵쿵쿵 -> 그래 쿵쿵쿵쿵 -> 대화 종료 등등- 자세한 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. ..
2019.09.25 -
은하맨션 (거실에서의 기억)DAY 4
우리 집, 은하 맨션 B동 207호의 거실엔 황토색 뻐꾸기시계가 있었습니다. 정각이 되면 뻐꾸기가 문을 열고 나와 뻐꾹뻐꾹 하고 우는데, 저는 그 뻐꾸기를 보는 게 좋았습니다. 시계 밑에는 발을 딛고 올라갈 수 있는 선반이 없었습니다. 그렇다고 의자를 끌어다 밟고 올라가도 겨우 초등학교 저학년 생이었던 저는 손이 잘 닿지 않아서 뻐꾸기 집 문을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는 '저 문을 열면 뻐꾸기 가족들이 2층 집에서 살고 있고, 아빠 뻐꾸기가 정각마다 일하러 나오는 거야'라고 생각하며 즐거워 했습니다. 그러던 어느 날 뻐꾸기시계의 위치를 TV가 놓여있는 벽면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. 그쪽엔 선반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품고 선반을 밟고 올라가 뻐꾸기 집 문을 조심히 열었습니다. 안타깝게도 시간을 알려..
2019.09.23 -
은하맨션으로 DAY 2
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고등학교1학년 때 까지 살던 곳은, 전하동을 뒤덮고 있던 만세대 아파트의 끝자락에 위치한 5층짜리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작은 맨션, 은하맨션입니다. 그 집에 처음 들어 갔을 때 다정하다는?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. 어떤 사람들이 머물던 곳인지는 기억나지도 않고, 도배를 하기 전이라 벽지가 지저분했지만 그래도 그 곳이 나에게 준 첫인상 때문인지 집을 많이 예뻐해 줬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. 거실은 바닥이 반짝반짝 빛날 만큼 햇볕이 잘 들어왔고 뒷 베란다에서는 멀찍이 바다가 보이는게 너무 예뻤습니다.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전엔 없었던 제 방이 생겼다는게 너무 기뻤습니다.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셋만 들어와도 정신 사나울 정도로 작은 방..
2019.09.21